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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야구 이야기

대만과의 경기가 항상 꺼림직하고 어렵게 가는 현상...

안녕하세요...대치동 갈매기입니다.

늘 일년에 한 두 차례씩은 대만과 각종 스포츠 경기가 열립니다. 그 중에 야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번 대만에서의 경기가 열릴 때 수많은 대만관중들이 욕설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와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준 적이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왜 대만과 경기하면 늘 쉽게 이기지 못하고 항상 어려움을 겪고 난감 해 지는 상황이 일어나는 지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부족한 것 같아서 이렇게 남겨 봅니다.

우리가 항상 대만정도는 이기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계시는데 늘 보면 어렵게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가고, x줄 타게(뭐 롯데경기도 마찬가지로 X줄이 타지만.....) 만들곤 하는데 왜 그럴까요? 한국이 일본을 상대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나, 실력 외적인 영향을 보이곤 하는데 그것과 대동소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본도 분명 한국보다는 한 수위의 실력으로  한국과 상대를 해도 끈질기고 껄쩍지근한 상태를 보이는 것도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 정신적인 경쟁적인 싸움의 현상을 늘 보이기 때문입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대만인들이 느끼기에는 일방적(?)으로 대만과의 국교 단절이라는 강수를 써가면서 중국과의 수교로 방향을 선회했는데, 대만의 장제스 시절부터 한국은 피의 혈맹이랄 수 있는 형제같은 동맹국으로 그 관계는 1992년 중국과 수교하기 전까지 반세기동안 이어 졌었죠. 실제로 한국의 애국 지사들이 중국에서 후에 대만 집권당이 된 국민당과 혈맹을 맺고 대한민국의 독립 운동에 대한 지원도 많이 받았고 서로 피의 혈맹을 맺어 이후에 대만과의 관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었는데, 외교적인 필요성에 의하여 중국과의 관계를 연결해야 했던 한국은 중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이라는 외교 정책으로 눈물을 머금고 대만과 단교를 결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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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을 부르짖는 중국


물론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하고 단교를 강행했지만 대만으로서는 몇 안되는 우방국과의 단교가 몰고 올 충격을 막고자 한국에 단교하지 않기만 하면 앞으로 대만이 한국에게 줄 엄청난 혜택을 제시하면서 단교하지 말아달라고 절실하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 전에 이미 일본이 먼저 단교를 발표하고 다른 나라들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가진 미래성을 보아서 속속 대만과 단교를 하던 시기였습니다. 1970년대에 미국과 중국이 핑퐁 외교로 인해 양국의 화해 무드 속에서도 한국만큼은 대만과 흔들리지 않는 관계라는 믿음을 주었고 실제로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을 때까지 그 관계는 주욱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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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만과의 단교 당시...

그러나 외교관계를 가지던 나라 중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던 한국이 단교를 발표(사전에 이미 단교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대만이 먼저 한국과의 단교 발표를 하는 행동을 밟았지만 그것은 그들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행동이었다고 보였습니다.)하고 이어서 서울-타이베이 의 항공노선도 폐지되고 공관도 철수하고 겨우 연락사무소만 남기고 관계를 끊었을 때, 대만인들이 느낀 배신감을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당시의 뉴스보도나 신문기사나 각종 여론이 대단했었죠. 엄청난 인파의 항한(抗韓)데모가 연이어 일어났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온갖 욕으로 한국을 성토하고 대만이라는 나라 전체가 한국을 원수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단교를 하면서 대만이 소유하던 모든 한국 내의 각종 부동산 및 기타 재산 등도 전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어 더 큰 미움을 받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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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중국것이 된 당시 명동의 대만외교부 건물(금싸라기의 가치)



물론 그 후에 점차로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이 자연스럽게 전해지면서 문화의 힘으로 '한류'라는 바람이 대만에 들어가면서 일부 젊은 이들을 중심으로 소위 '한국빠'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뿌리깊은 마음을 전부 되돌릴 수는 없고, 대세를 거스를 순 없는 규모이기에 지금까지도 그 표현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대부분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된 대만 사회에 사람들은 한국을 거의 철천지 원수라고 여길 정도입니다.(지금은 많이 순화되었지만 거의 운동이면 운동, 문화면 문화, 경제면 경제 등 거의 모든 일에서 사사건건 한국과의 꼬투리를 거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대만과 일본과의 관계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습니다. 1895년부터 일본이 대만을 점령하여 식민지로 삼았고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무려 50 여년 동안 속국화 되어 한국보다 더 길고 큰 영향을 일본으로부터 받았는데, 자원이 부족한 점은 같지만 그래도 한국과는 달리 섬나라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발전을 위해서 일본이라는 선진국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국가 인프라에 대한 설비와 경제적인 풍요를 원하는 대만은 많은 문물과 정신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런 영향들로 인해 한국보다 대만은 일본에 대한 관대함과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계속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는 일본을 절대 용납 못하는 불굴의 정신에 대한 부러움도 가지고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발전을 보이는 한국이 바로 최대의 경쟁국이자 철저한 미움과 애증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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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교 후 대만과 한국의 투자액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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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를 보이는 대만과의 무역

한국 야구는 미국의 선교사로부터 받아들이고, 대만은 일본으로부터 받아들여져서 비슷한 발전을 보이게 되고, 국가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더더욱 한국과는 水油之關系(물과 기름의 관계)가 되어서 모든 면에서 경쟁을 펼치면서 때론 이기고 때론 지고하는 사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지난 번에 대만에서 열린 야구 대회에서 한국과의 경기 때, 수많은 욕설이 적힌 피켓들을 기억하시죠? 대만 언론에서도 더 불을 붙이는 편입니다. 끝짱승부니,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양국이니 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 만연한 일입니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끝장 승부를 볼 수 있는 한국전이 시청률 대박이자 광고수주 대박이 되는 경기이기에 어떻하면 더 기름을 들이 부을까 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한국과의 경쟁이 대만인들에게는 국민 단결의 기회이자 집권당으로서는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대만의 양대정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은 어떻게든 한국과 연결시켜 안좋을 때는 욕하기도 하고 좋을 때는 이용하기도 하는 정책들이 계속 쓰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엔 전 총통이었던 천수이비옌의 파탄에 가까운 실정으로 그들이 우월하다고 믿었던 경제력 마저도 한국에 뚜렷하게 뒤지게 되면서 대만인들이 느끼는 절망감과 질투심은 그야말로 몇 배가 되어 우리를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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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이 퇴임 후 대만방문 시 '대만은 주권독립국가'다라는 말로 달래기도 했습니다만......]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대만과의 단교로 인한 그들의 상심이나 절망이나 위기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한 나라와의 외교 관계를 끊은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죠. 체감으로 느끼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대만과 경기를 하면 쉽게 그냥 잘하면 늘 이길 수 있는 정도로 밖에 알지 못하기에 그들의 행동이나 몸짓이 그저 발악이라고 밖에는 생각하지 못하니까요. 스포츠에서의 정신력은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영향을 많이 끼칩니다. 실력이나 체력이 달려도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따라 붙으면 오히려 상대방의 기가 죽어서 실수가 나오는 상황을 우리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늘 대만과의 경기에서 어려움과 곤혹을 느끼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그것에서 찾으면 됩니다. 대만은 한국에 대입하고 한국은 일본에 대입하면 이해가 되시겠죠? 글이 좀 길어졌는데 죄송합니다. 요새는 길면 바로 스킵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저리 주저리 뻐꾸기를 날렸습니다. ^^

마무리 : 대만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 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쓴 글이 반드시 정답은 아닙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여러가지 학설과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니 태클 걸지 마시길...그 점 분명히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