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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야구 이야기

대만 프로야구 선수가 한국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

얼마 전 꽤 많은 분이 저에게 왜 대만 야구선수는 한국으로 오지 않고 전부 일본이나 미국으로만 가는가에 대해서 물어오셨습니다. 한두 명의 질문이 아니라 그동안 누적으로 다수 사람이 비슷한 질문을 해 왔기에 오늘 한 번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왜 대만 선수는 한국으로 잘 안 오려고 할까?


타이난을 방문한 SK 진상봉 운영부장(우)과 판웨이룬(좌), 그리고 통이 라이온스 구단 천정난 사장(중)/사진촬영 趙傳安기자


이 질문에 대해서 먼저 답부터 몇 가지 드린다면 아직 첫 사례가 없기에 처음이라는 심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과 대만 프로야구의 FA 해외진출 규정과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여러 조건이 뒤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역사적인 두 나라의 관계와 국제사회에서의 경쟁 구도로 굳어진 양국 간의 관계는 차지하고 근래 들어 인터넷상에서 대만은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부각하며 스포츠 경기 등에서 숙적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일부이기도 하지만 포괄적인 이미지는 한국에 대해서 좋지 않은 시선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만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이나 미국으로 향하려고 하지 한국에 진출하겠다고 마음먹은 선수들은 드문 편입니다.



또한, 아직 선례가 없어서 매우 큰 부담을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 한국화장품 실업팀에 지금은 고인이 되신 故서생명(쉬셩밍: 徐生明) 씨가 몇 년 동안 한국에 진출하여 투수로 활약하면서 대학원까지 다녔던 역사가 있지만 그건 실업팀 얘기였고 프로화가 된 이후로는 몇 번의 시도만 있었지 실제로 진출한 사례가 없습니다. (반대로 한국 선수가 대만에 진출한 경우는 꽤 많습니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이 사례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아까 말했던 양국 간의 이미지로 볼 때 대만 선수가 한국 리그에 와서 만약 잘 못하기라도 하면 쏟아질 무수히 많은 비난을 견디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런 이유에서 제가 알고 지내는 몇몇 대만 프로야구 혹은 고교 야구 선수에게 그런 질문을 해 봤습니다만 역시나 그런 이유로 마음의 부담감이 상당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자국 프로리그의 환경(단 네 팀만이 어떻게 싸워도 그저 그런 재미라는 비판을 많이 듣고 있는)이 별로인 상황에서 한국 프로리그에 진출하면 좋겠다는 사람도 분명 적지 않은 수였습니다만 마지막에 가서는 마음의 부담감이 크고 가능하면 일본이나 미국을 가는 것이 나중에 거기서 실패하더라도 선수가 받아 들이는 후유증 면에서 괜찮지만, 한국에 진출했다가 실패라도 하면 반응의 차원이 다르다는 이유를 얘기하는 선수가 꽤 많았습니다.



대만 유망주 투수로 2007년 아시아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팀을 상대로 12탈삼진이라는 뛰어난 실력을 보였던 황즈롱(黃志龍) 선수를 두고 한국의 구단들이 영입 의사를 보였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결국 일본으로 가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보도한 대로 해외 진출 FA 제도가 신설되어 대만구단의 허락하에 해외진출을 하려는 선수는 포스팅 금액과 해당연도 연봉의 몇 배를 의무적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비용 부담이 되기에 실례로 SK 와이번스 야구단은 2010년 말에 통이 라이온즈의 판웨이룬 투수에게 신분조회까지 한 후 영입 협상을 가졌으나 그런 규정때문에 금액 부담이 커서 영입이 무산된 예도 있었습니다. 



대만의 이 제도는 대만프로야구연맹이 2009년에 처음으로 FA를 시행하면서 작성한 조항에 보충한 조항으로 대만 프로야구 규정에 해외진출 자격을 갖춘 선수가 해외진출을 할 때 그 구단은 반드시 그 선수의 해당연도 연봉의 250%를 소속 팀에 이적료로 지급해야 하고, 데려 간 구단도 그 선수의 해당연도 연봉 150%를 보장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만약 판웨이룬 선수(2010년 연봉은 612만 위안)가 한국에 왔다면 SK 구단은 먼저 이적료로 1,530만 위안(한화로 약 5억 5천만 원)과 판웨이룬 선수의 연봉으로 918만 위안(3억 3천만 원)이니 모두 9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럴 정도의 금액이면 훨씬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기에 무산되고 말았던 것이죠.



당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이 살아 있을 때(물론 암묵적인 뒷거래는 성행했지만)기도 하고 또, 그런 정도의 금액으로는 데려오기가 부담스러운 정도의 선수라서 SK는 포기하고 \'매그레인\'이라는 다른 선수를 영입했던 것이죠. 실제로 판웨이룬이 한국에 진출했으면 대만의 모 미디어그룹에서 한국프로야구 중계권을 사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제도는 언뜻 보면 선수를 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오히려 이 제도 때문에 더 해외진출이 불가능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그런 제도로 대만 선수협회에서도 반대하는 태도입니다. 너무 과한 이적료와 고정된 연봉 액수가 상대 구단이 대만 선수를 데려가기 어렵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대만프로야구연맹 입장에서는 자국 리그의 좋은 선수가 쉽게 유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만든 제도라서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 있습니다. 둘 다 이해는 갑니다.



아무튼, 대만에서도 잘 찾아보면 큰 금액적 무리 없이 한국에 진출하여 잘할 수 있는 선수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만 첫 번째로 아직 그런 기회가 없었고, 두 번째로 양국 간의 관계 탓에 부담이 있는 케이스가 많고, 세 번째로 대만프로야구 규정으로 인해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 전(프로 진출 전)에 미국이나 일본을 선호한다는 이유가 되어 지금까지 단 하나의 사례도 나오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도 많이 올라갔고 경제규모에서도 대만을 휠씬 앞질렀고, 프로야구의 대우 면에서도 훨씬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각 프로야구 구단에서도 대만에 라인을 두고 꾸준히 관찰해서 몸값이 부담 가지 않는 선수 중에서 한국에 진출하여도 잘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아서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처음 사례가 중요한 것이지 일단 진출 물꼬만 터진다면 일본이나 미국과 마찬가지처럼 한국도 그들에게 하나의 기회의 땅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