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대만 타이베이시 중심부에 건설되고 있는 타이베이 빅돔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여기를 취재하면서 한국에도 돔구장이 생긴다면 어떤 형태의 돔구장이 좋은지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현재의 고척 돔이 동대문야구장 대체구장의 오픈 구장 형태에서 졸속행정으로 급하게 설계변경을 하며 뚜껑을 씌우기까지 우여곡절을 많이 겪으며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면서 예전 취재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몇 자 적어봅니다. 


 지금은 취재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지만 어슴푸레 기억을 되살려 대만에서 어떻게 돔구장이 기획되고 준비되어 공사를 시작했는가에 대한 내용을 참고삼아 한국의 돔구장은 어떤 형태로 건설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2014년 서울시의 잠실 일대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 계획 조감도


 현재 서울 고척 돔구장이 공정률 80%로 조만간 완공됩니다. 또한, 2013년 노후되고 오래된 잠실야구장에 대해 야구인과의 자리를 마련해 의견 청취를 한 박원순 시장은 재선되기 전에 잠실 한전부지와 서울의료원 부지 등과 잠실종합운동장 부지를 이용하여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계륵이 되어 버린 고척돔의 현실과 타이베이빅돔의 A에서 Z까지의 진행사항을 보고 과연 한국에 어떤 형태의 돔구장이 들어와야 적당할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본의 도쿄돔이나 야후돔 등의 케이스와 미국의 각종 돔구장과는 어떤 차이점을 보여야 성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만 그 해답은 현재 지어지고 있는 대만 빅돔의 케이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만은 야구장 등이 지자체의 소유로 구단의 소유가 될 수 없는 법률적인 형태가 한국과 같고, 국가의 경제적인 수준을 볼 때 두 나라가  비교를 해보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에 현재 대만의 돔구장 케이스를 잘 연구하여 참고하면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돔구장 개발사업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현재 한창 철골 구조를 올리는 타이베이빅돔 건설현장/사진 타이베이빅돔 페이스북


 사실 돔구장 건설은 거의 국책사업이라고 봐야 합니다. 여러 은행 및 회사간의 컨소시움이 있더라도, 그걸 민간회사가 주도한다고 해도 워낙 들어가는 자금 규모와 각종 규모 면에서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만은 건설비용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한국보다 훨씬 비싼 금액이 아니라 한국의 물가 실정과 비슷하다고 볼 때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건설비는 크게 부지 비용과 건축 자재비와 인건비로 나뉘는데 물가 차이를 고려할 때 야구장으로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4만 명 규모의 삿포르돔 건설비용이 대략 422억 엔(한화로 약 4,287억 원)이 들었는데 역시 4만 석 수용인 대만 타이베이빅돔의 경우 대략 3,400억 원이 들었습니다. 대략 일본보다 887억이나 싸게 지으면서 수용인원은 같은 돔구장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으로서도 일본보다는 대만의 물가 조건이 더 비슷하기에 비용은 대략 4만 석에 3,800억 원정도 예상하면 되겠습니다.


현재 한창 철골 구조를 올리는 타이베이빅돔 건설현장/사진 타이베이빅돔 페이스북


 제가 살아보니까 타이완의 물가는 한국의 대략 80% 정도 됩니다. 지금 타이베이시 국부기념관 뒤편 옛 연초공장 부지에 짓고 있는 타이베이 문화체육원구(臺北文化體育園區)는 하나의 거대한 개발구역으로 총 건설비가 대략 280억 위안이니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지금 환율로는 1조원에 살짝 못미친 9,600억 원 정도 들어갑니다. 이렇게 보면 무척 많아 보입니다만 이 비용은 돔구장만 짓는 비용이 아닌 문화체육원구를 건설하는 비용입니다. 


대만 돔구장은 구장설계 등으로 세계적인 파퓰러스(populous.com)에서 맡았고 일본의 대림조(大林組:오바야시구미)라는 곳에서 건축시공을 맡아 공사하고 있는데 환경평가에서 문제가 된 후에 원래 규모의 계획에서 조금씩 규모를 줄이면서 45000석의 돔구장이 4만 석으로 줄었습니다. 



아무튼, 거의 1조에 육박하는 비용은 전체 프로젝트 비용으로 대형 쇼핑몰과 대형 호텔과 주변 공원개발과 대형 오피스텔동 건설 등 주변 연계시설을 통틀어 건설할 때 필요한 총비용으로 야구장용 돔구장만 따진다면 대략 99억 위안(약 3,400억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대략 절반 정도를 대만 정부에서 투자합니다. 그리고 은행권에서 대출도 주도적으로 주선해 주고, 프로젝트를 맡게 된 대만의 위엔시융(遠雄) 그룹이 나머지를 조달하여 B.O.T방식으로 건설하여 위엔시융 그룹에서 20년간 운영한 후 국가에 귀속합니다. 건설은 위엔시융 계열 건설사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초공사를 할 당시의 타이베이빅돔 종합건설구역의 모습으로 대략 건설 규모를 알 수 있다./사진 타이베이빅돔 페이스북

 

우리나라에서 돔구장이 제대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전체 프로젝트에서 다른 상업적인 역량과 돔구장의 역량이 고루 배분되도록 설계되는 대만 타이베이 빅돔의 형태가 실정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한국에서 제대로 된 계획을 짜서 돔구장을 포함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사이드 비지니스 모델을 골고루 다 갖춰야 합니다. 


돔구장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건설부지 주변의 풍부한 인구 분포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입지 조건(시내 중심부에 위치하여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고 고정 인구와 유동 인구가 같이 많아야 함)이 뛰어나야 하고 갖가지 행사나 이벤트로 여러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연계 시설물들이 고루 갖춰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위치상으로 놓고 보면 박원순 시장이 발표한 잠실 일대의 재개발을 통한 프로젝트는 최적의 위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지의 도움도 받아야 하지만 프로젝트에 갖추어야 할 부대 시설로는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급 쇼핑몰과 잠실 롯데호텔 규모의 호텔 시설, 롯데월드 정도의 위락시설과 코엑스 급의 전시시설, 코엑스몰 정도의 지하상가와 대형마트, 무역센터 정도의 오피스동에 그 모든 것을 서포트할 수 있는 시설들이 전부 하나의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정도가 되어야 막대한 운영비를 감당하며 수익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건 절대 일개의 기업이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고 국책사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여러 금융기업 및 일반 기업의 컨소시움과 함께 정부에서도 일정 비용 이상의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죠.



 前 서울시장 오세훈의 즉흥적이고도 졸속 처리로 동대문야구장 대체구장으로 지어지고 있던 고척동 야구장을 갑자기 돔구장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하면서 설계가 변경되어 지어지고 있는 고척 돔구장은 현재까지 대략 2,400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이게 4만 석에 부대 면적이 훨씬 큰 대만의 타이베이빅돔 건설비용을 보면 대략 3,400억인데 겨우 2만 명이 조금 넘게 들어가는 고척 돔구장과 비교하면 고척돔이 면적도 작고 활용도도 떨어지는데 건설비용은 불과 1천 억원 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갔음에도 기타 활용도가 떨어지는 용도가 되었으니 안타깝습니다.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타당성 조사와 함께 충분한 활용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개 정치인의 즉흥적인 발상으로 졸속처리되면서 결과적으로 대단한 예산 낭비가 된 것이 정말 답답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대만의 케이스를 보면 대만 행정부는 돔구장을 짓기 위하여 무려 22년 전인 1992년부터 돔구장 건축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성 검토를 통해 면밀히 조사해 왔고, 그 후 돔구장 계획안이 확정된 후에 위엔시융 그룹(Farglory)은 이 사업을 위해서 1997년부터 아주 세밀한 연구와 조사를 걸쳐서 결국 2011년 9월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었죠. 그러니까 입안과 기공에 무려 14년이 걸려 준비한 셈이 됩니다. 



하지만 안산 돔구장이나 각종 지자체에서 선거철만 되면 돔구장을 건설하겠다는 발표를 하는 등 무슨 전가의 보도처럼 껌 씹듯 내뱉는 빈깡통 공약이나 남발하면서 건설한다 안 한다를 반복해서는 절대 제대로 된 케이스가 나오기 힘들다고 봅니다. 발생 가능한 모든 일을 면밀히 검토하여 잘 짜여진 계획안을 만들어내는 시도조차 현재의 우리는 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서울시는 잠실야구장 노화에 따른 대체구장으로 잠실종합운동장 내 학생체육관과 수영장 부지에 대략 5천 억 원의 규모로 4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와 연계하여 서울시는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종합발전 계획이 요구되는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구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총 약 72만㎡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공간인 '국제교류 복합지구'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가히 최대급의 투자 계획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와 서울의료원 부지와 한국감정원 부지와 잠실야구장 일대의 부지로 바로 옆에 코엑스와 대형호텔

과 전시관 등이 갖춰져서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그 내용은 

강남 심장부에 '국제교류 복합지구'는 ▲국제업무(Business) ▲마이스(Mice) ▲스포츠(Sports) ▲문화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등 4대 핵심 기능이 유치․강화되는 국제교류 복합지구입니다.


복합지구 조성은 이전이 임박한 한전 이전 부지(7만 9000㎡)와 이미 이전을 완료한 서울의료원(3만2000㎡) 및 한국감정원(1만 1000㎡)부지, 노후화된 잠실종합운동장(41만 4000㎡)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활용하고 민간자원인 코엑스(19만㎡) 증축으로 인프라를 확장해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계획이 정말로 실행될 지 아니면 빈 공약(空約)으로 끝날 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의 건설 케이스를 참조하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서 대만처럼 14년이나 준비하진 않겠지만 제발 기초부터 차근차근 모든 발생 가능한 예측과 타당성 조사와 환경 평가 등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 후에 절대 실패하지 않는 개발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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