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와 같은 대형 국제대회에서는 첫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개막전이나 첫 경기는 한국 팀도 늘 긴장하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 팀도 개막전이나 첫 경기 초반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좋은 결과를 수확하진 못했다고 기억한다.

 

이번 대만 팀의 포수 구성은 수비형이고 안정적인 린쿤셩과 백업 포수로 36세의 팀에서 가장 고참으로 리그 기록상 공격력이 앞서는 쩡다홍 두 명을 데려왔다.


대만의 1차전 선발명단 / 대만 대표팀 제공


현장에서 대만 팀의 선발 명단을 받고 아! 하는 탄식의 소리가 나왔다.  대만은 1차전 대 이스라엘 전에서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그리고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팀 주장으로 궈줜린과도 많이 손발을 맞춰 왔기에 투수에게도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린쿤셩을 기용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기록하기론 대만 팀은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가진 호주 전지훈련부터 이어진 약 10회의 연습 경기에서도 궈쥔린은 쩡다홍과 손발을 맞춘 적이 거의 없다. 아마도 3월 3일 경찰청과의 연습 경기에서 2이닝가량 짧게 한 번뿐이었다고 기억한다. 


2월 7일부터 3월 3일까지의 대만 팀의 연습 경기 라인업과 투수 등판일지 기록/ 대치동갈매기


쩡다홍은 이런 대형 국제대회에 선발된 경험도 부족하다. 2013년 자국에서 열린 지난 WBC 대회 대표팀에 선발되었지만, 가오즈강이나 린홍위 등에 밀려 거의 출전하지 못했던 점에서 처음이나 다름없는 쩡다홍 본인도 매우 긴장하고 있을 텐데, 그런 그에게 그가 가진 능력 이상의 큰 짐을 지게 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쩡다홍도 훌륭한 포수다. 오랜 리그 경험으로 노련함을 쌓았고, 공격적인 면에서도 좌타자로 기용 폭도 넓고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이게 대만 프로리그가 아니라 대만에서도 가장 크게 생각하고 국민적 관심을 받는 그런 대형 국제대회라는 것이다. 


공격력 강화라는 차원에서의 기용이었을 지는 몰라도 이런 국제대회 개막전 혹은 첫 경기에서의 1, 2, 3회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메이저리거와 마이너 출신 선배들의 연이은 사퇴로 어린 나이에 대표팀의 에이스의 책임을 짊어지게 된 궈쥔린에게는 온 대만 사람이 다 보고 있을 첫 경기에 더 긴장되고 두려웠을 상황이다.


1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밎고 4:0이 되는 상황. 하늘을 쳐다보는 궈쥔린


아니나 다를까 1회 초 매우 긴장하는 모습으로 속구 제구가 안 되어 가운데로 몰리고, 난타를 맞는 투수에게 대표팀의 가장 고참인 쩡다홍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패스트볼의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속 안타를 맞아 위기에 처했고, 그제야 덩달아 밋밋해진 변화구로 욱여넣는 궈쥔린의 볼에 이스라엘 타자들은 잘 적응하여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2실점. 궈쥔린의 초반 속구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좌우 코너 제구가 안 되어 중간으로 밋밋하게 흘러들어오는 공은 이스라엘 출신이 아니고 미국 마이너리거가 대부분인 이스라엘 타자들로서는 어렵지 않게 쳐낼 수 있었다. 


아무튼, 경기는 그렇게 초반 2실점만 하고 끝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2번 타자를 변화구 삼진으로 잘 잡아내며 2사 만루 상황이 되었고, 거기에서 궈쥔린의 주특기인 종으로 떨어지는 공으로 유인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 전 코치진 인터뷰 등에서 궈쥔린의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이스라엘전에 잘 통할 것이라고 한 것이 생각난다. 


아무튼, 만루 상황 좌우 코너에 꽉 차이도 않은 밋밋한 코스에 위력이 반감된 속구가 들어오며 중전 안타를 맞고 다시 2실점. 총 4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며 끝이 났다고 본다. 


곧바로 마운드를 이어받은 천관위가 대담하게 공격적으로 피칭하면서 잘 막기는 했지만 이내 홈런 한 방으로 2실점 했고, 큰 점수 차로 무너진 분위기에 다른 투수들도 난조를 보이면서 15실점이나 하며 대패로 끝이 났다.


벤치의 누구도 경기 초반 궈쥔린이 흔들릴 때 바로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올라 투수와 팀 분위기를 추스르지 않았고, 그 전에 일차적으로 가장 먼저 뛰어나가 투수를 다독여야 할 포수도 스스로 긴장하여서 해야 할 일을 다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포수 기용 하나만으로는 패인을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린쿤셩 대신 쩡다홍의 선발 기용을 대만의 1차전 패배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말하고 싶다. 린쿤셩을 선발로 기용하고 초반 안정을 꾀한 후 중, 후반 공격적인 쩡다홍을 교체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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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팡정동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타이완 대표팀 감독 후보에 궈타이위엔(郭泰源)씨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타이완 프로야구연맹 황쩐타이(黃鎮台) 회장은 7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궈타이위엔(郭泰源)씨나 씨예창헝(謝長亨)씨를 후보에 추천했다고 밝혔습니다.그 소식을 들은 궈타이위엔 감독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난 아직 아무것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타이완으로 돌아간 후에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타이 코브라스(誠泰Cobras)팀 감독 시절의 궈타이위엔


현재 궈타이위엔씨는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2012 세계대학생야수선수권 대회의 기술고문 자격으로 네덜란드에서 대회를 치루고 있습니다. 

제 3회 WBC는 올해 11월 중순 타이완에서 예선전과 함께 본선 1라운드 대회를 치루게 됩니다.  한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호주와 함께 본선 1라운드행이 유력한 타이완은 이번 대표팀을 CPBL의 주도로 꾸리게 됩니다. 실제로 대표팀 감독 후보도 CPBL 연맹에서 추천을 하는데, 이번에는 궈타이위엔 기술고문이나 씨에창헝씨를 후보로 추천을 받았습니다. 

타이완 야구협회 린종청(林宗成) 회장은 야구협회는 이번 프로야구 연맹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고, 추천을 한 두 명의 후보 모두 좋은 인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큰 잡음없이 두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이 국대 감독직을 맡아 제 3회 WBC를 치루게 될 예정입니다. 

씨에창헝씨는 지금은 사라진 중신 웨일즈(中信鯨)팀 감독을 역임했고, 또 통이 라이언스(統一獅) 감독과 함께 2006년 제1회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투수코치를 지냈고, 현재는 실업팀인 신베이쓰(新北市) 야구단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제1회 WBC 대회에서 린화웨이(林華韋) 감독을, 제2회 WBC 대회에서는 예즈시엔(葉志仙) 감독을 임명하였으나 두 대회 모두 본선진출 실패라는 성적을 얻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곽태원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궈타이위엔 감독은 최고 158km/h의 빠른 강속구를 앞세워 일본 세이부 라이언스에서 선수활동을 하면서 통산 117승 68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16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타이완의 전설적인 영웅입니다. 타이완 사람들은 궈위엔즈(곽원치:郭源治)과 궈타이위엔, 그리고 궈홍즈(郭泓志) 이렇게 세 명을 쓰리 궈로 부르면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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