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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야구이야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그 이후...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열리는 인천 문학 구장. 

전력분석팀조차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여 겨우 메뚜기 뛰듯 자리를 옮겨가며 선발로 나온 궈쥔린의 투구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마음을 졸이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순수한 아마추어인 제가 전력분석팀에 합류하면서 대만 대표팀 선수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담당하였고, 그를 토대로 작성된 우리의 전력분석이 과연 대표팀에 도움이 되었는지 결과가 나오는 자리인 결승전에서 팽팽하게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면서 팽팽하게 흘러갈 때 혹시 지기라도 하면 어찌하느냐의 걱정으로 경기 내내 초조하게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며 경기에 집중하게 하였습니다.


대회 직전에 가진 야구대표팀 리베라호텔 소청 교육장에서 한 컷/사진 대치동갈매기


경기는 계속 팽팽하게 긴장상태로 흘렀고 결승전의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뒤지고 있는 상황이 길어져서 혹시나 이렇게 끝나서 금메달 따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계속해서 내 속을 불편하게 했고 뭔가 명치가 뻑뻑하고 먹먹한 증세로 문학 구장 의무실을 찾아 긴급 처방을 받았습니다. 경기는 계속 그렇게 대만 팀에게 2:3으로 한 점을 뒤진 채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의무실에서 응급처방을 받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직후 8회 한국 공격에서 상대 구원 투수로 나온 前 휴스턴 애스트로스 불펜 출신 메이저리그인 뤄지아런이 제구 난조 등으로 흔들리면서 잡은 만루 상황에서 강정호의 몸 맞는 공 밀어내기와 나성범의 역전 땅볼 등으로 4:3으로 역전하였고, 살얼음과도 같은 리드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 선수의 결정적인 쐐기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팽팽하던 경기는 그렇게 우리에게 큰 안도의 한숨과 여유를 더해주며 결국 금메달을 획득에 성공하였고, 우리 분석팀은 금메달의 환호와 여운을 뒤로한 채 부랴부랴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어느새 가슴은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시원하게 뻥 뚫려 있었고 숙소 근처에서 동료와 들이키는 마지막 술잔에도 취하지 않고 정신은 또렷해진 상태에서 기분 좋게 집에 와서 샤워하고 책상에 앉으니 긴장이 풀렸습니다. 대만 대표팀 정보가 가득 든 스마트폰을 꺼내 분석 자료가 정리된 노트를 보면서 대회 전체에 대한 회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찬찬히 모든 경기를 복기하면서 이 상황에서 이 투수가 이런 투구를 했고, 이 감독이 이 상황에서 이런 작전을 하는 등의 기억을 더듬으며 대회 전에 정리했던 대만 팀의 자료와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만들어 낸 결과물에 만족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 이어진 포스트시즌과 한국시리즈도 다 끝이 나고 대만에서 열린 U-21 베이스볼 월드컵 대회를 위해 다시 선수 자료를 수집, 분석하면서 이런저런 회상을 했습니다. 비록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촐싹거린 어느 기자가 쓴 글 (대만 팀을 '최약체' 운운[분명히 저는 이번 대만 대표팀이 약하긴 해도 최약체는 아니라고 통화에서도 강조했었는데]하면서 상대를 자극하여 마치 이치로의 30년 동안~과 같이 자국에 번역되며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그 여파로 대만 팀에게 없던 전투력도 생기게 하는 효과를 주었으며, 야구인 출신에 국한하지 않고 아마추어지만 대만야구를 잘 아는 사람을 초빙한 것은 꽤 잘한 결정 운운하면서 결승전을 앞둔 상황에서 KBO나 전력분석팀에게 안 좋은 오해를 사게 하였습니다. 만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아마연맹이나 프로연맹 등 관련자들로 부터 그런 아마추어를 기용하게 했냐고 그래서 졌다는 비난의 꼬투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든 매우 경망스럽고 무책임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발언은 대회가 끝난 후였다면 저로서는 그 기자에게 매우 고마울 수도 있는 글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서 연맹 관계자나 분석팀 사람들에게 마치 내가 잘난 듯이 발언한 것처럼 큰 오해를 사게 만들었습니다.)

로 인해서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전력분석 업무를 맡게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늘 그랬듯이 저는 개인적으로 대만 선수들에 대한 나름대로 정보를 수집하여 차트로 정리하면서 앞으로 또 있을 국제대회를 위해 차곡차곡 차트를 만들어 내용을 채웠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만대표팀 전력분석 자료 전체를 모은 에버노트 모습으로 전체 139개 기사나 자료 등 모두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대만 팀의 분석자료가 저장된 보물로 대회 처음부터 끝까지가 다 담겨 있다./사진 대치동갈매기


제 개인적으로도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은 이제 선수들에 대한 정보와 분석은 이렇게 찾고 이렇게 정리하면 되겠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고마운 대회였습니다. 대표팀 전력분석원들과 함께했던 경험들이 매우 큰 도움이 되어 저 자신도 성장을 많이 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팀장님의 질문 사항에 대하여 처음에 어떤 형식이나 틀이 있는지 몰라서 아주 기초적인 내용으로만 드렸는데 점점 뭔가 체계가 정리되었고, 분석팀과 자료를 공유하며 하나의 리포트로 만들어가면서 예전 블로그 등에서 만든 아마추어 같은 틀에서 어느 정도 프로의 냄새가 나는 분석 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좌석에서 자외선차단제도 없이 고생했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보상을 받았습니다./사진 대치동갈매기


개인적으로 몇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팀장님이 주문한 상대 감독의 성향을 찾기 위하여 짧은 시간에 그가 맡았던 모든 대회를 다 찾아가며 결과나 박스스코어 자료나 언론 인터뷰 기사 등을 샅샅이 훑어가면서 작전 성향 등 찾은 내용을 보고하였고, 그게 실제로 대회 상황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졌던 상황이나 대회 중간 예선에서 한국전을 앞둔 대만팀의 선발투수가 전날 급작스럽게 바뀐 상황을 내부 정보원을 통해 미리 입수하여 늦은 밤 쉬고 있던 전력분석팀에게 긴급히 연락하여 다음날 대표팀이 허둥대지 않고 충분히 대비할 수 있게 하여 대승을 거둔 일 등이 기억에 남고 이번 전력분석 팀에게 제공한 자료들이 큰 오점이나 틀림없이 잘 분석, 가공될 수 있었다는 점 등은 개인적으로 매우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대회가 끝난 후에 어느 정신 나간 기자가 대만팀 선발로 나온 궈쥔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들먹이며 전력분석팀을 비판했는데 고맙게도 개인 SNS지만 제대로 된 반박을 해준 팀장님께도 무척 고맙다는 말과 제가 건네준 러프한 자료를 토대로 오랫동안 합숙하며 훌륭한 분석 자료를 만들어 낸 우리 대표팀 전력분석팀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KBO 문 팀장님 등 모두에게 정말 대단히 훌륭했다는 찬사를 드리고 싶네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정리하며...대치동갈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