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서 만나면 늘 한국과 끝장 승부를 펼치며 격전을 치르는 타이완 야구에 대해서 그저 우린 한국보다 약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타이완 야구에 관해서 제대로 된 정보도 없고 막연하게나마 그저 약하지 않나? 라는 느낌만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인 선교사에게서 야구를 전수받았고, 타이완은 일본인으로부터 야구를 배웠습니다. 그 차이가 별로 없을 것 같지만, 현재 타이완의 야구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 정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타이완 야구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저 떠도는 풍문이나 낭설, 또는 근거 없는 소리가 난무한 현상이 많기에 10부작 기획 시리즈로 타이완의 야구역사와 그 발전사를 소개합니다.
각종 내용의 참조와 관련 사진 및 영상 자료는 타이완의 야후와 구글, 그리고 타이완야구 위키백과, 그리고 타이완 야구 100년사 동영상 등 여러 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
타이완 프로야구 승부조작의 역사 두 번째 이야기
지난 포스팅에서 타이완 프로야구 승부조작의 처음부터 서술하였다면 이번에는 두 번째 파도인 블랙 베어스 사건과 블랙 웨일스 사건을 다루겠습니다.
블랙 베어스(黑熊事件) 사건이 있기 전인 2003년 10월에 모 언론에 보도된 불법 도박 조직 두목의 인터뷰 중에서 "중신 웨일스 애들이 가장 (포섭하기) 쉽고, 슝디 엘리펀츠 애들이 가장 (포섭하기) 어렵다." 라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중신 웨일스 팀에게 조직적인 승부 조작의 의혹이 쏟아졌고 뒤를 이어 익명의 제보로 띠이진깡(第一金剛隊) 팀에서 중신으로 옮겨 온 쑤리웨이(蘇立偉)가 지목되면서 중신 구단은 검찰에 사건 수사 의뢰를 하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쑤리웨이의 여자친구인 황씨가 쑤가 경기 중에 승부조작을 했다고 폭로하면서였습니다. 혐의를 받은 명단은 쑤리웨이와 린위에량(林岳亮)으로 검찰은 먼저 중신 구단의 사장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했고 또다시 팀의 선수가 연루된 책임을 지고 감독인 린중치우(林仲秋)는 즉각 사퇴했습니다. *린중치우 감독은 1997년 8월 싼상 타이거스 선수로 있으면서 가오슝의 모 호텔에 흑도의 세력이 찾아와 린중치우 등 여러 명을 총으로 위협하며 폭력을 행사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하라는 위협을 받았던 장본인으로 승부조작이라면 아주 이를 갈던 사람이었습니다.
한신 시절 궈리졘푸 투구 모습의 야구카드/ 출처 ryosuke-takeuchi.com
쑤리웨이는 조사를 받으면서 같은 장소에서 궈리지엔푸(郭李建夫)가 같은 주점에 있었다고 폭로했고, 궈리지엔푸는 나중에 그 장소에 간 일이 있다고 시인하였습니다. 그 일로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프로를 떠나 대학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 밖에도 연루된 네 명의 선수 모두 계약 해지 혹은 자진 은퇴를 하며 사건을 일단락되었습니다. *궈리지엔푸는 'Tateo Kakuri'라는 이름으로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서 6년 동안 27승 31패 3.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활약한 스타 선수 출신으로 연루 의혹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실 이때도 좀 더 깊게 파고들어 싹을 잘라야 했지만, 검찰은 쑤리웨이 한 사람의 혐의만 밝혀내고 나머지는 흐지부지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또 승부조작의 생명이 살아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2년 만에 다시 타이완 프로야구계에 다시 승부조작의 혐의가 터지게 됩니다. 2005년 상반기 리그 경기 중에 라뉴 베어스와 싱농 불스간의 경기에서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는데, 우승을 바라보면 싱농 불스의 갑작스러운 연패가 계속되면서 상반기 우승의 기회가 날아가고, 여러 면에서 확률이 낮았던 청타이 코브라스가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서 지난번의 갑작스러운 싱농의 4연속 패배가 집중적으로 여론에 의해 조명받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싱농의 도미니카 코치인 'Ted Martínez'와 피지컬 트레이너였던 'Luis Trinidad'가 돌연 사퇴를 하고 팀을 떠났고, 바로 외국인 투수였던 'Len Picota'도 제보가 있자 급히 사퇴하고 바로 파나마로 떠났습니다. 아무래도 승부 조작에 연루되었기에 그렇게 급히 떠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죠. 나중에 파나마 국적의 투수 렌 피코타는 다시 블랙 엘리펀츠 사건에 연루됩니다.
타이완 리버티 타임즈에 실린 승부조작 관계도/이미지 출처 libertytimes.com.tw
그렇게 조사가 시작되어 2005년 7월 26일 경기에서 라뉴 베어스와 통이 라이언스 간의 경기 도중 천자오잉(陳昭穎)이 경찰에 의해 경기장에서 바로 체포 연행되었고, 청타이 코브라스 팀의 2군 코치 차이셩펑(蔡生豐)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일을 시작으로 많은 선수와 관계자가 경찰에 잡혔고, 또 검찰에 소환되었는데, 싱농 불스의 외국어 통역과 관계자 등 모두 22명의 전, 현직 선수와 구단 관계자가 체포되었습니다. 22명* 중에 아홉 명이 라뉴 베어스 소속이라서 이것을 '블랙 베어스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라뉴 베어스 9명, 청타이 코브라스 3명, 싱농 불스 5명, 슝디 엘리펀츠 2명, 중신 웨일스 2명, 前 싼상 타이거스 1명 )
2007년 3월 8일 타이중 지방법원은 연루선수 22명 중 외국인 선수인 Jonathan Hurst, Matt Beech, Harold Woodman 세 명은 향응 접대 혐의에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고, 호주 국적의 투수 Bradley Purcell은 오보로 밝혀졌고, 차이셩펑(蔡生豐)과 허지셴(何紀賢), 양런밍(楊仁明)등 세 명은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 외 나머지 16명은 각각 징역 6월형과 벌금 몇백만 원 정도의 약한 처벌 결과가 나와서 또 한 번 많은 팬에게 실망감을 안겨 줍니다.
미흡한 처벌 등으로 원성을 산 지 불과 6개월도 안 되어서 타이완 프로야구계는 또다시 검은 그림자에 둘러싸이게 됩니다. 이번 사건의 특이점은 거물급 정치인과 연루되었다는 점입니다. 2007년 8월 23일 타이난 지검은 중신 웨일스 소속의 팀 주장 쩡한조우(曾漢州)와 왕이민(王宜民), 쉬런지에(許人介), 지쥔린(紀俊麟), 쑤저이(蘇哲毅) 등 다섯 명을 증인으로 소환합니다.
원래는 타이완 국민당 타이난 현의 거물급 정치인인 우졘바오(吳健保)의 뇌물 수수와 각종 범죄 사실 혐의에 증인으로 대질하기 위함이었는데, 깊게 파고들다가 같이 걸려들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조사 5일 후 쩡한조우와 지쥔린을 승부조작 혐의로 같이 구속합니다. 이 사건이 충격을 준 것은 불법 승부 조작의 정점에 거물급 정치인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두고 중신 웨일스를 이기고 지게 하는 것은 선수도, 코치나 감독, 야구단도 아닌 정치인이었다고 조롱했습니다.
2008년 마잉지우 現총통과 선거 현장에서 유세하는 장면의 우지엔바오(吳健保) 정치인/ 사진 애플뉴스
타이난 수이롄산장(水蓮山莊) 리조트에서 거물급 정치인과 범죄 조직 수괴와 프로야구 선수 등이 모여서 승부 조작을 모의하여 실행했다는 혐의입니다. 그중에서 주장인 쩡한조우는 구단 관리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관리자란 그 구단에서 흑도 세력과 연계하여 승부조작을 모의하고 기획하고 실행하는 책임자급을 말합니다.
쩡한조우는 팀 동료 여러 명에게 한 사람당 30만 위안(현재 환율로 대략 1,050만 원) 정도를 주고 승부 조작에 가담시켰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쩡한조우와 지쥔린은 돈을 받았다고 인정했다가 나중에 진술을 번복했고, 나머지 세 명은 절대 돈을 수뢰하지 않았다고 완강히 버텼습니다.
그러나 검찰 측의 발표 후 구단은 발 빠르게 일부 선수는 퇴출하고, 일부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를 시켰습니다. 이번에 연루된 사람들은 타이난 현의 싼화(善化) 초등학교 야구부 선, 후배 출신과 그 지역 출신의 정치계 및 경제계 사람들로 그 지역의 각계각층 인사로부터 많은 비호를 받아 왔습니다.
이 일이 있었던 직후 리그를 중단하고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자 프로야구 연맹은 단장 회의를 통해 성명을 내고 리그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슝디 엘리펀츠 구단의 단장 홍뤼허씨는 우리 팀에서 "만약 다섯 명 이상이 승부 조작에 연루된다는 난 즉시 팀을 해체할 것이다." 라고 승부 조작을 일삼는 세력과 선수들에게 강력한 경고성 멘트를 했습니다.
아무튼, 6개월도 안 지나 또다시 승부 조작의 파문에 휩싸인 중신 웨일스(中信鯨) 팀이 해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야구계를 강타했습니다. 그러나 중신 금융지주 회장 꾸롄송(辜濂松)은 해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둘러 소문을 진화했습니다. (다음 시리즈에서 나오겠지만, 미디어 티렉스 사건 이후 중신 웨일스는 결국 팀을 자진 해체했습니다.)
그 후 9월 3일 CPBL 소속 6개 팀 대표가 톈무 야구장에서 모여 자중(自重), 자율(自律), 자애(自愛)라는 표어를 내걸고 자정 작업을 선포했고 슝디와 청타이 팀은 유니폼에 승부 조작에 항의하는 표시로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슝디의 홍뤼허 단장은 승부조작을 한 선수가 속한 구단에게 연좌제로 1천만 위안(현 환율로 3억 5천만 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하자는 건의를 했습니다.
당시 애플신문 기사에 실린 우젠바오 조직의 승부조작 관계도입니다.
며칠 후 9월 18일 체포된 불법도박 조직의 두목 조우홍저(周宏哲)와 리샤오쥔(黎紹君) 등 2명은 싱농 불스와 청타이 코브라스 팀 소속 선수에게 전화로 승부조작을 할 것을 지시했고 결국 한패가 되었다고 진술하였다고 말했는데, 싱농 팀의 류즈셩 단장은 자체 조사 결과 헛소문이었다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2007년 10월 초 중신 웨일스 소속이던 10명의 타이완 국적 선수가 팀에서 쫓겨나면서 리그 경기가 어려워진 중신 웨일스 단장 린민쩡은 급히 2008년 은퇴 예정인 따이쉰(代訓* 대체복무 팀) 소속 선수 다섯 명을 영입하기로 하고, 다른 팀에게는 선수 수급을 위한 트레이드도 부탁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008년 타이난 지검은 범죄 단체와 결탁하여 블랙 웨일스 사건을 주도한 정치인 우졘바오(吳健保:타이완 국민당 타이난 현(顯) 의회 14~16대 의장 역임)에게 징역 6년, 前 중신 웨일스 소속 쩡창밍(鄭昌明), 황꾸이위(黃貴裕), 지쥔린(紀俊麟), 쩡한조우(曾漢州), 천지엔웨이(陳健偉) 등에게는 각각 징역 6월 형을 선고하였고 중신 웨일스는 얼마 안 가 미디어 티렉스 사건이 또 벌어지자 프로야구계에 환멸을 느끼며 2008년 11월 11일 팀을 자진 해산시켰습니다.
당시 기사 보기
<속보>대만 중신 웨일스 팀 전격 해산 결정 |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 중신웨일스 (中信鯨隊) 프로 야구단 |
총 13명의 선수가 직, 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옷을 벗거나 영구제명 당하였습니다. 그중에서 두 명은 라뉴 베어스 소속이고, 나머지 11명이 중신 웨일스 소속으로 이 사건을 '블랙 웨일스 사건'으로 부릅니다.
2010년 타이난 지방법원은 1심에서 도박조직 뇌물공여죄, 뇌물수수죄, 뇌물성장려금 수뢰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다섯 명에게 증거부족 및 혐의없음 판결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2011년 12월 13일 타이난 고등법원 2심 판결에서 역시 다섯 명의 선수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실 증거부족일 수밖에 없는 것이 구단의 허술한 대처와 검, 경의 강력한 의지 없이 미흡한 법률상의 허점 등으로 끝까지 자세하게 밝혀낼 수 없었던 탓도 있고, 워낙 범죄 조직의 수법 등이 교묘하고 은밀하여 확실한 증거를 밝혀내기가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승부 조작 모의를 위한 만남도 흑도와 선수들이 서로 입을 맞춰 고향 선, 후배며, 야구계의 선, 후배로서 모여 단순한 향응이었을 뿐이라고 우기면 약한 처벌만 받고 빠져나가기에 어쩔 수 없고, 뇌물도 현금으로 주고받아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여자친구나 타인에게 맡기는 등으로 법망을 피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정부가 의지 미흡 등으로 법망 정비를 하지 않아서 고기가 다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것이 원인이라는 여론의 원성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타이완 야구 100년사 - 제8편 ③부 - 는 2008년, 2009년에 벌어진 블랙 미디어 사건과 블랙 엘리펀츠 사건을 다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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